새해 첫 눈, 예쁘지만은 않아.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마치고 창문 밖을 봤더니 눈이 많이 와있었습니다. 어제와는 다른 하얀 모습에 적잖이 당황을 했지만, 하얀 눈으로 덮인 세상이 깨끗하게 보여 이내 마음이 상쾌해졌어요. 그러면서도 '아 이거 몇 시간만 지나면 질퍽질퍽해지고 더러워질텐데..'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마 저도 이제 20대 초반을 마치고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이라 순수함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였습니다.

기숙사에서 밖을 보면서


이번 눈은 전국적으로 폭설이라고 합니다.. 대전은 눈이 원래 자주오는 지역이고 더군다나 나는 오늘 학교 밖을 나갈 계획이 없기 때문에 이 눈이 폭설인지도 몰랐고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고 있었으나, 인터넷을 시작하자마자 '폭설'이라는 기사가 빼곡하더라구요. *Link* <`눈폭탄' 맞은 서울 도로망 마비_연합뉴스> 폭설 때문에 교통은 마비되고 이에 따라 대중교통으로 몰리는 사람도 너무 많아져서 출근하기가 힘이 들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설작업을 시작하기는 하였지만 눈이 워낙 많이 내려 제설작업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공기관에서는 '천재지변'으로 간주하고 공무원의 지각을 허용한다는 발표도 한만큼 이번 눈은 그저 예쁘게만 볼 수 없는 눈인 것은 분명하네요. 평소에 눈을 거의 볼 수 없는 경남 진주에 계시는 부모님도 그 곳에 눈이 많이 온다고 하신 것을 보면 서울, 경기 지역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폭설 속에서도 우유배달을 하시는 아저씨


학교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러 가면서 우유배달을 하시는 아저씨 한 분을 보았습니다. 저는 고작 100미터도 안되는 식당을 가면서도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미끄러질까 조심조심해서 가고 있는데, 아저씨는 우유를 몇 상자씩 들고 운반하고 계셨어요. 아마 지금 학교에 배달 오신 것을 보면 적어도 새벽 5시정도에는 일어나 준비를 하고 여러 납품처에 공급하셨을텐데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 같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기숙사 앞에서 신문을 챙겨오면서도 이 신문을 가져다 주신 분의 노고도 생각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아름답게 보면서 미소지을 수 있는 정도의 눈이 왔으면 좋을텐데, 너무 과하게 눈이 오니, 마냥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기껏해야 꼬마 아이들과 강아지들 정도나 좋아할까요? 오전부터 밖에서 일을 하는 분들도 물론이고, 천재지변에 대응하기 힘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별 탈 없이 올 겨울을 보내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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