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 단비, 우리 아버지


공익프로그램?  감동프로그램!

 

 10여년 전, 내가 어린 시절 주말 예능을 꽉 잡고 있던 것은 단연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였습니다. 허나 요즘 주말 예능하면 떠오르는 프로그램들은 '무한도전', '1박2일', '천하무적야구단', '스타킹'등의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리얼버라이어티'가 시청자들에게 어필을 하고 있는 현대 방송계를 잘 알 수 있죠. 세트에서 촬영하는 '스타킹'을 제외하고는 모두 직접 나가서 몸으로 활동하는 프로그랩입니다. 이러한 방송 문화 속에서 '일밤'은 너무 오랫동안 침체기를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사실 다른 시청자들에게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일밤'을 너무 행복하게 시청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 전('오빠밴드' 등이 할 때)에는 관심밖의 프로그램이었는데 요즘은 꼭 시청하는 주말 프로그램이 되었으니까요. 저에게 어필되는 이유는 바로 '감동'이라는 코드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요즘 일밤을 '공익프로그램'이라 말하곤 하지만 공익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단비방울' 등 후원코너가 있지만 아직 '공익'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프로그램 구성이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감동프로그램' 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싶네요. 볼 때마다 눈물이 글썽이니까요. ㅠ


아래에서 각 코너에 대해 언급할게요.


단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단 하나의 비밀'이라는 모토로 '단비'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1회에서 '단비'팀은 아프리카로 강행군을 떠났습니다. 깨끗한 물을 구하지 못하여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그 곳 현지인들의 생활은 너무나 비참했습니다. 온갖 질병에 무분별하게 노출되어 있고 그러다보니 생존율 또한 낮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단비'팀이 그 곳에서 한 일은 우물을 파는 일이었습니다. 현지인이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도록 지하수가 올라오는 우물을 만들고 오자는 프로젝트였죠. 김용만, 탁재훈씨를 포함한 MC들은 현지에서 힘든 생활을 체험하고 함께 우물을 파는 작업까지 합니다. 이 우물은 성공적으로 완성되어 현지인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단비팀은 국내에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분을 찾고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웃음과 사랑을 전달하는 것이죠. 치료가 힘든 병을 앓고 있던 어린 아이의 힘든 수술을 함께 기다리고 수술 후 그 아이를 웃게 해주었습니다. 여러 도움을 주고 받았던 이들을 만나게 해주는 프로젝트도 있었구요. 이번 주는 결혼식을 못한 채 살아가는 말기암 환자의 결혼식을 열어주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다음 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는 서민 아버지의 이야기를 프로그램으로 녹여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신동엽, 김구라, 정가은 이 세 명의 MC는 직접 거리로 나갑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즉석에서 아버지들과 인터뷰를 합니다. 길 위, 식당, 지하철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러 아버지를 찾아 다닙니다. 그리고 모든 아버지는 사연이 있습니다. 이게 참 신기하더라구요. 모두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어떤 아버지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속이 깊은 어린 딸들과 살고 계시기도 했고, 어떤 아버지는 어린 딸이 실종되어 15년 동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아버지들이 여러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서민 가정의 아버지의 삶은 정말 힘든가봅니다. 아직 아버지가 안 된 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한 회 마지막에는 그날 만난 아버지 중 인상깊은 아버지께 속이 꽉 찬 냉장고를 선물합니다. (양심냉장고 생각이 났어요 ^^;)


느낀 점

 

 '단비'에서는,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것을 실제로 유명 연예인인 MC들이 가서, 화장실도 제대로 있지 않은 그 곳에서 우물을 파고 온 모습을 보니 세상을 더 넓게 보게 되더라구요. 분명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더 비참하게 살고 있을 사람도 많을 것이니까요. 그리고 항상 장난끼 많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탁재훈, 안영미씨에 대해서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나누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주에 나왔던 '컴패션 밴드'가 제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본인 능력하에 힘든 이들에게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는 저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제 머릿속에 있던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의 정의는 훌륭한 업적을 쌓아 사회를 발전시키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것이라 생각하고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사회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를 보면서는 매주 아버지가 떠오릅니다. 제가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자주 뵈러 가지 못하는데, 이 프로그램을 접한 이후로는 생각날 때마다 전화를 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 어머니 역시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버지들처럼 힘든 일이 많으실테니까요. 여러분들도 부모님께 사랑을 많이 표현하시기 바랍니다. 살아 계실 때 잘해드려야 되니까 최선을 다하세요!

'일밤'을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감동을 깨어버리는 구성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다음 주에 계속' 보다는 한 회내에서 한 프로젝트가 끝나서 감동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 것은 방송분량 상 어쩔 수 없는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것이 해결이 안 된다면 '뒷 예고'를 많이 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 '단비'를 보면 수차례 결혼식 장면이 예고처럼 나왔습니다. 그러고는 결혼식은 시작도 하지 않고 방송이 끝나다보니 뭔가 "낚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방송이기 때문에 상업성이 필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런한 점들이 표면으로 드러나니까 감동이 확 떨어지고, '이 프로그램도 어쩔 수 없구나.'하고 상업프로그램의 한계가 느껴지게 됩니다. 이 부분만 개선하면 거의 '공익프로그램'이라 불러도 충분할 것 같은데, 아직은 무리라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단비'와 '우리 아버지'처럼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 나온 것, 저는 대환영입니다. 이 밖에도 '훈프'(훈훈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와서 추운 겨울을 녹여주었으면 좋겠네요. 일례로 '무한도전-뉴욕특집'에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뉴욕타임즈지에 비빔밥 광고를 게재한 것과 같이 상업적인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공익'을 위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현대 사회의 수준높은 시청자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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